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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용사의 비틀린 영웅담-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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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을 나가, 왕도를 돌아다니게된 이후의 일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가출을 한 공주라도 되는건가-하는 위화감이 들기도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식으로 몇년간 살아온 나였기에, 자신의 대인 커뮤니케이션 감각에 대한 불신감은 있었지만 어째선지 괜찮았던 것이 조금 놀라웠다. 이상하네, 분명 말을 더듬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고 혼자 중얼중얼거렸지만 역시 원인은 알아내지 못했다.

 

아, 참고로 머리색은 너무 눈에 띄었기에 그냥 염색해버려서, 지금은 짙은 녹색이다. 풀무색이라고 하던가. 이거.

 

일단 말문이 좀 트고난 이후로는 뭐, 상당히 순조로웠다. 마차를 타는 감각도 어지간히 빠르게 익숙해졌고, 국왕은 내가 얘기한 물건들을 착실하게 좋은 것들로만 채워놔주었기에 이만저만 고마운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돈도 그...1000금동화였나. 엄청날 정도로 챙겨줬다. 국고를 이렇게 막 퍼줘도 괜찮은걸까...

 

어쨌든. 이세계-코타니아 왕국에서의 생활은 나름 적응이 되어가는 편이었고, 장사를 하다가 남는 시간에는 스테이터스 창에 대한 탐구를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물론 나도 빨리 '실험' 에 착수하고 싶었지만 왠만하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서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

 

 

아. 이세계에 와서 가장 궁금했던 것들 중의 하나를 해결했다. 그 왜. 만화에서 항상 나오는 뼈에 딸린 살코기 이야기를 하는건데 말이다. 무슨 맛인지 궁금하잖아. 항상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왕도 가장자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을 했었다.

 

....감상은....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만화 고기맛...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건 그렇고 결국 '실험' 을 하게되는 날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왔었다.

 

자꾸 나도 모르게 실험실험하는데 적당히 말하자면, 버퍼라는 직업의 탐구다.

 

 

왕성에서 나온지 어연 한달, 왕도 밖의 숲에 도착한 나는, 언제나 하던대로 스테이터스 창을 킨 후, 가볍게 스크롤해서 스킬 창으로 넘어갔다.

 

이 짓도 익숙해졌단 말이지.

 

 

"버프의 단계는 D에서 S까지. 상세하게는 마이너스, 노멀 , 플러스까지 세단계로 나뉘는건가..."

 

 

한달동안 스텟 창만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알아낸 사실들이 있었는데. 뭐, 당연하지만.

 

 

썩었다. 이 직업.

 

 

뭘 기대한거냐. 버퍼라고? 숨겨진 히든 능력이라던가 있을리가 없잖아.

 

그래도 조금 놀란 것은, 버프의 종류의 양이다.

 

가장 간단한 가속 영창(Heist)부터 공격력 증가 버프, 방어력 증가 버프, 어디다가 쓰는건지도 모를 신발끈 덜 풀리는 버프까지. 대충 어림잡아 2-300개 정도 될지 모르겠다.

 

그런고로, 실험 시작이다. 

 

숲의 중앙, 나무들 사이에 똑바로 선 나는 자신을 대상으로 버프는 최대 몇개 걸수 있는지, 위력은 얼마정도 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킬 설명란에 적힌 말대로 처음엔 눈을 감고, 버프를 걸 대상을 지정한다, 그리고 손을 대어서-접촉이 꼭 필요하다고 되어있지만 내 손은 이미 내 몸에 붙어있으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버프를, 마나를 불어넣는다. 주체에 걸 버프를 영창한다.

 

 

공격력 증가 C.

 

 

 

 

 

 

 

 

 

 

 

 

 

 

"----------------------------구엑-------?!"

 

 

그 순간 복부에 들어오는 정권지르기 급의 격통에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은채로 바닥에 무너졌다.

 

아침에 먹은 만화 고기의 잔해를 게워내며, 대체 무엇을 잘못한걸까 하고 머리를 굴리려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젠장.

 

그리고는 간신히 눈을 뜨자 시야 앞에 보이는 메시지를 조금씩, 힘을 내어 읽을수 있었다.

 

 

"버프....불가 대상......주체를....잘못 지정....우웨액....이게 대체 뭔 개소리냐..."

 

 

설마.

 

진짜 설마 해서 보류해뒀던 가정이지만.

 

이것마저 적용이 된다면 너무나 비참해질 것 같아서 생각하지 않으려했던 제약이지만.

 

 

 

 

설마 이거, 나 자신한테 못 쓴다거나 그런거냐.......?

 

 

 

 

 

"그게 뭐야------! 말이 되냐! 더 이상 구원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쓰레기 직업이잖아-! 이러면 내가 왕성을 나온 이유가 없다고!"

 

 

혼자서 못 싸우는 직업이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이럴줄 알았으면 서율이나 윤성 중 한명이랑 같이 돌아다녔을텐데!

 

게다가 내 몸 하나 못 지키는 놈이 무슨 장사일을 하겠냐는거다.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버텨왔지만....

 

큰일이다....레알 큰일이야...내 이상의 이세계 생활을 근본부터 무너트릴줄이야. 버퍼...무서운 직업...

 

 

".....어라? 잠깐만."

 

 

한참동안 쭈그린채로 고통을 다스리며 혼자서 좌절해 중얼중얼거리던 나는 그제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붉은색의 아이콘이 스텟 아이콘 위에 떠있다. 느낌표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뭔가의 경고인 것은 분명한데. 혹시 서율의 비상 메시지라도 되는 걸까-하고 나는 그것을 클릭했다.

 

경고문이었다. 유감. 착각이었네. 어차피 왕성의 감시를 맡겨놓은게 좀 불안하긴하지만, 그 녀석들도 나름 용사고. 알아서 해주겠지.

 

그래도 역시 둘만 남겨두자니까 걱정되기는한다. 어쨌든 읽어볼까.

 

 

[경고. 마나가 흐르는 생물에게는 버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이거.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버프는 생물한테 적용이 되는거잖아? 물건에 적용이 되는건 인챈트. 제대로 설정잡은게 맞는거야? 혹시 시스템 오류같은게 난게 아닐까?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

 

다시 한번 버프의 이름을 생각해보자. 가속, 공격력 증가, 방어력 증가.......얼핏 듣자면 사람에게 걸어서 강화시키는듯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됐다.

 

중요한 것은, 버프의 어감이다.

 

아니, 약간의 메스꺼움까지 느껴진다. 이 직업을 만든 사람, 누군지는 몰라도 정신이 이상하다.

 

잘 생각해봐.

 

 

 

가속.

 

공격력 증가.

 

방어력 증가.

 

 

이렇게 단어만 놔놓고 보면 잘 못 알아듣는다.

 

조금 게임같이 바꿔말해볼까.

 

 

가속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격력 증가와 방어력 증가를 각각 무기의 파쇄력이나 내구도의 증가를 이루어준다는 것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되지? 그래, 그냥 뜻풀이를 해준 것 뿐이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마치 의도한듯이, 전부 계획되기라도 한 양.

 

 

어디에도, 굳이 생물에만 적용되는 단어 같은건 없다.

 

 

예를 들면 회복 효과 상승-이라던가, 마나 회복 속도에 관련된거라던가.

 

 

소름이 돋는다. 토가 나올것 같다.

 

어쩌면, 내가 실수해서 버프를 내게 걸려해 그 반동을 받는 것까지 전부, 계산내에 있던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그 감각이, 의도가 순수하게 구역질난다.

 

누군가의 손바닥 안에서 뛰노는 기분이다.

 

 

'어쩌면....나는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원래 세계의 부조리함 같은 것도 다 가져와버린걸지도 모르겠네.'

 

 

분명 운 스탯에 몰빵했을텐데 말이지.

 

아. 혹시 악운 쪽이었던건가.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는걸. 이 상황은-."

 

 

 

 

어느샌가 수많은 초록빛으로 빛나는 괴물들에게 포위된 나는,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 땀의 감촉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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