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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프용사의 비틀린 영웅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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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소문의 진상이였던건가요..."

 

".....글쎄? 아냐는 너무 순진하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의심하지 않는거야?"

 

 

조금씩 마차의 속도가 떨어져간다. 쿠푸도 지친 것이겠지. 아무리 왜건 야크라지만, 그리고 쿠푸라지만-. 체력의 한계라는건 존재한다. 어느정도 휴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오늘도 마을에 도착하기엔 글렀군. 요 주변에서 야영하기로 할까.

 

 

"거짓말, 하시는건가요..."

 

"물론이지. 인간이니까. 자. 내릴 준비하자고."

 

 

가볍게 그녀의 몸을 지탱해줘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운 후 나 또한 마부석에서 내렸다.

 

심야의 황야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싫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일때는 아무래도 조금 쓸쓸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일행과, 그것도 어린 소녀와 단둘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위험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어린 여자가 취향이 아니니까 말이다. 괜찮지 않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가볍게 돗자리 형식의 가죽을 펼쳐 바닥에 깔았다.

얼마정도 두께가 있는 물건이니 엉덩이가 아프다던가 하지는 않겠지.

 

손을 살짝 잡아끌어 그 곳에 그녀를 앉히자 입술을 오물거리며 할말을 찾는듯 했던 그녀는 내 소매를 잡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다른 손에 소중히 들고 있던 물건을 내밀었다.

 

 

"....저기, 이 포션은 돌려드릴게요. 이야기, 약속대로 들었으니까..."

 

"그럴 필요는 없어. 이미 받았으니까."

 

"....? -----읏?!"

 

 

내밀었던 손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있었다.

 

달빛을 받아 내 손안에서 반짝이는 푸른빛깔의 포션. 뭐, 보일리는 없겠지만 그것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굴리며, 나는 소녀에게 나긋나긋하게 말을 건넸다.

 

 

"간수를 제대로 하지못한 내 탓도 있지만, 내겐 소중한 물건이니까 말이지. 협박에 사용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죄송합니다...."

 

"응. 반성하고 있네. 그럼 돈 줄래? 위약금으로."

 

"......"

 

"....농담이야. 그런 질렸다는 표정을 지을 것까진 없잖아..."

 

 

상처받으니까.

 

 

 

따뜻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쬐며, 무릎을 모아 엎드린 나는 나뭇가지로 불을 쑤셔보기도 하고, 이따금 장작을 던져넣으면서 흘끔흘끔 아냐를 쳐다보았다.

 

연심에 빠진 소년도 아니고, 한심하다고 스스로 자각은 하고 있다. 그저-신경쓰이는 것 뿐이다. 같이 여행하게 된 일행이라는건, 두번째지만. 나말고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감각은, 꽤 간지럽다.

 

간지러우면서, 가슴이 아프다.

 

 

스스로 맹세했었던 것이 있다. 

 

더 이상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것은 그만두자. 

 

자신의 행동에는 자신이 책임지자.

 

뭐, 그런 다짐이었건만, 두가지가 서로 모순이 될줄은 몰랐다.

 

 

 

아냐. 맹인에, 여리면서, 자신을 거둬준 은인을 눈 앞에서 잃은 아인종의 소녀. 그녀가 겪었을 불행을 아아, 그래, 이해한다-라고 쉽사리 말할수는 없겠지.

 

그렇다면 나는 역시, 그때 그녀를 구하지 말았어야했던걸까.

 

 

 

"....젠장. 뭐가 ~하지 말았어야했던걸까냐....반편 용사..."

 

 

자괴감으로 가득찬 혼잣말에 스스로도 놀라버렸다.

아직도 부족하구나. 나란 인간은. 나아지질 않는다. 나는 이세계에 떨어지기전의 은둔형 사회부적응자에서, 대체 뭐가 더 나아진걸까.

 

 

 

"....청명님."

 

"....아직도 안자고 있었던거야? 어서 자둬야 가벼운 아침을 맞으니까."

 

 

던져넣은 나뭇가지가 파삭 소리를 내며 불타오른다.

내 인생에도 이렇게, 불타올랐던때가 있었었나.

 

 

"...저는,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병으로 고통받던 저를 구한 것도, 저희 마을을 지켜주신것도, 전부 청명님 덕분이에요."

 

"...아하하...뭐, 그때는 보상이 있었고...."

 

 

EXP 같은건 주지 않았지만.

 

 

"....그것뿐, 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툭-하고, 어깨에 따뜻한 무엇인가가 무게를 더해온다.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짓무르지 않은, 고름이 흘러넘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의 피부다.

 

 

"청명님은, 자꾸 이상한 말씀을 하시긴 하지만 엄청 상냥하신분이라고....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착각이야....나는 돈밖에....게다가 느낌이라니. 그런 애매한 것에 맡겨선."

 

"푸훗. 그런 점도 있어보이긴하죠. 그런 서투르신 점이나 조금은 진지하신면이, 사람들을, 아인들을 따르게한 것이라는 것을, 왠지 모르게....알 것 같아요."

 

"...."

 

"그런 점을 전부 포함해서라도, 청명님은 멋지신 분이에요. 용사라는 이름에 어울리시는 분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용사...라.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긴 했지. 나라 전체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핵석을 찾아다니고, 정보를 모으고, 죽을듯이 노력했었지.

 

그렇지만.

 

돌아온 것은, 그가 마주해야했던 것은.

 

 

"....말만이라도 고마워 아냐.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 어깨는 유감스럽게도 유료전용좌석이야."

 

"-괜찮아요. 저한테는 아직 비상금이 있으니까요."

 

"비상금-?! 이스나 그녀석이 너한테 비상금같은 것도 준거-------윽."

 

 

오른손에 자그마한 온기가 전해진다.

 

하나하나 깍지를 껴서 놓아주지 않겠다는듯 착 붙은 그녀의 손은, 마치 솜처럼 부드러워서 인형의 손인가 착각할뻔할 정도였다.

 

 

"....이정도로는, 부족할까요?"

 

"......아니. ------충분할지도."

 

"다행이네요."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간다.

 

일렁거리는 불꽃을 보며, 나는 1년전쯤의 일을 조금만 더 회상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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